포르투갈의 사람들 - 희망편
포르투갈의 사람들 - 희망편
7주간의 포르투갈 노마드. 딱히 코워킹 스페이스라던가 노마드 커뮤니티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여러 포르투갈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해외에 가는 묘미가 바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들 아니겠는가? 그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사람들을 소개하고 싶다.
포르투갈의 사람들 1편. ‘희망편’이다. 나와 우리 팀을 도와주었던 사람들에 대한 소개글, 그리고 회상의 글이다.
1. 푼샬까지 태워준 후뱅
설 연휴였다. gunn과 나는 패러글라이딩을 하기로 마음 먹고, 마데이라 섬 반대쪽의 Madalena Do Mar까지 이동했다. (꽤 비싼 bolt 값과 함께…)
그리고 그 곳에서 후뱅을 만났다.
이렇게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이제 집에 갈 시간.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Bolt가 안 잡히는 것! 우리가 있던 숙소는 공항과 가까워서, 생각보다 Bolt가 나쁘지 않게 잡히고는 했다. 그니깐, 노력하면 잡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패러글라이딩을 했던 Madalena do Mar는 차원이 다른 시골이라, 전혀 Bolt를 잡을 방법이 없었다. 진짜 집에 갈 방법이 없는 상황.
거기서 후뱅이, ‘어짜피 내가 푼샬 (마데이라에서 가장 큰 도시)에 운동하러 갈건데, 거기까지 태워주겠다.’라고 고맙게도 말해주었다. 그것이 유일한 해법. 우리는 따라갔다.
후뱅은 철학적인 사람이었다. 영어로 여러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주로 주변 환경에 대해서 본인을 통제하는 방식. 본인의 세계를 만드는 방식. 본인의 신념. 그러한 것들이었다. 그는 사람은 주변의 환경에 매우 영향을 잘 받는 것을 알았으며, 본인에게 필요하지 않는 것들은 필터링해야 하고 통제해야 비로소 본인의 세계가 건강해진다고 하였다. 그래서 영화나 유튜브 등도 잘 보지 않고, 자신에게 좋은 것들만 보려고 한다. 패러글라이딩을 할 때에도, 그 환경, 기분, 감정을 그대로 느끼라고 계속 말해 주었다.
얼마나 생각이 깊은 사람인지, 그리고 본인의 삶에 확신이 가득한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같이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포르투갈식 백반집! 후뱅은 이러한 음식이 마치 어린 시절의 음식을 먹는 것 같다고 했다.
맛이 참 좋더라! 무알콜 흑맥주도 참 맛있었다. 다른 곳에서도 찾아보려 했지만 다시는 먹지 못했던,,, 정말 맛있고 깔끔한 흑맥주!
밥을 먹고서는 후뱅이 푼샬까지 데려다 주었다. 차에서도 이야기를 계속했다. 참 철학적인 사람이었다. Obrigado Runen!
2. 수동차 운전법 알려준 택시 할아버지
마데이라를 제대로 여행하기 위해서는 사실 차가 필수다. 아니면 (거의) Bolt뿐이고, Bolt는 외진 곳에 가면 잘 잡히지도 않는다. So sad.
그래서 차를 빌렸는데, 문제는 유럽은 자동이 매우 비싸다. 운전대는 1종 보통이지만, 수동차를 몬지가 매우 오래된 wook이 잡았다.
조금 겁나는 마음에 고속도로까지는 금방 몰았으나, 문제는 집 바로 앞의 언덕. 마데이라는 언덕이 엄청나게 많다. 우리 집앞도 예외가 아니고, 매우 가파른 언덕이 있다. 그 언덕에 올라가는 순간, 시동이 퍽 하고 꺼졌다. 언덕을 올라가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계속 시동이 꺼지고 올라가지 못하는 것이 반복;;
그때,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 어떤 동네 아주머니가 나오시더니, 집 앞 마트인 contiente 앞의 택시 할아버지를 불러주셨다. 택시 할아버지는 우리 차에 탑승!! 현란한 솜씨와 함께 차를 올려서 주차해 두셨다 ㅎㄷㄷ 그리고는 우리에게 비법을 알려주셨다.
참고로 수동차는 언덕 올라갈 때, 사이드를 걸고 동력을 얻은 후에 반클러치로 동력을 전달하고, 사이드를 풀면서 올라가면 된다. 그것을 몰랐던 우리는 포르투갈어로 그 사실을 배웠다 ㅋㅋㅋ
그리고는 쿨하게 갈 길 가신 택시 아저씨. 마트에서 주스를 선물해 드렸더니 좋아하시더라^^
그렇게 우리는 무사히 이틀동안 마데이라 구석 구석을 여행할 수 있었다.
3. 차로 갈 수 없는 마을, 공짜 식당 운영하는 캐나다 커플
시작은 수상한 리뷰가 있는 식당에서부터 시작한다. 무슨 식당에 ‘새로운 실험을 응원합니다!’와 같은 댓글들이 달려있었다. 게다가 엄청 높은 평점! 택시 아저씨에게 도움을 받으며 진땀흘리며 배고팠던 우리들은 그 식당을 찾아갔다.
식당 구글맵 무려 4.9의 평점!
그렇게 10분 넘게 꼬불꼬불 산길을 달리다가 우리가 마주한 것은 막다른 길. 그리고 뜬금없는 케이블카였다!
그곳은 ‘엄청나게 가파른 케이블카’를 타고서 어떤 마을로 내려가는 것이었다. 마을에 우리가 가고자 하는 식당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우리는 오직 그 식당을 가기 위해 케이블카를 탔다.
이 ‘미쳐버린’ 경사를 가진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니,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운 마을이 있었다. 그 마을은, 차도 한 대 없고, 사람이 사는 것 같지도 않는 것 같은 곳이었다.
멋진 돌 해변, 그리고 엄청나게 가파른 언덕 아래에 위치한 작은 마을. 정말 비현실적인 곳이었다.
그리고 그 곳에, 우리가 찾던 그 식당이 실제로 있었다. 우리가 가니 친절한 캐나다 커플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그 식당의 놀라운 점.
- 공짜다!
- 공짜인데 맛있다!
- 음료까지 고퀄리티이다.
- 그런데 공짜다! 그냥 기부처럼 운영된다.
이런 놀라운 식당을 운영하는 캐나다 커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일단 그 마을의 비밀은,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에 등재되어 있기 때문에 차도가 아예 없다. 그리고 전기나 수도도 들어오지 않는다. 그곳의 전기는 태양광으로 들여온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 마을에는 아무도 살지 못한다. 그분들도 근처 포르토 모니즈에서 살면서, 날씨가 좋으면 와서 식당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어떻게 식당이 ‘무료’로 운영되는가? 생선들은 직접 나가서 잡은 생선들. 그리고 조개들은 썰물때 직접 채취한 것들이다. 기타 채소들도 농장에서 오는 듯 했다. 어쩐지 신선하더라!!
이분들은 캐나다에서 살다가 포르투갈로 와서, 포르투에서 몇년을 살고 마데이라로 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포르투의 명소도 추천해주었다^^
진짜 “이렇게도 살아갈 수 있구나”라고 크게 느끼게 되었다. 우리가 많이 먹은 만큼, 합리적인 금액을 기부통에 두고 나왔다. 정말 마데이라에서 one top으로 기억에 남는 곳이 아닐까 싶다.
4. 나한테 외상해준 마토지뉴스 사장님
이제는 포르투 이야기다. 포르투는 마데이라와 다르게 사람들은 엄청 많은데, 도시라서 생각보다 냉철한 사람들이 많다. 물론 (마데이라에 비해서) 이야기다. 포르투에도 상당히 착하고 친절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마토지뉴스 식당 사장님이 가장 친절하다고 할 수 있다.
주말에, 혼자서 런닝도 하고 바다도 보고 싶어서 포르투에서 마토지뉴스까지 뛰어갔다. 우리 집은 동 루이스 다리 바로 앞이었는데, 히베이라 광장, 즉 포르투의 정 중앙에서부터 마토지뉴스 해변까지 뛰어갔다. 한 5키로미터 정도로, 뛰면 금방 갈 수 있는 거리다. 그렇다. 포르투는 상당히 작다.
아무튼 핸드폰 하나만 들고 해변을 뛰어다니다 보니, 배가 고팠다. 포르투갈에는 ‘컨택트리스’ 결제가 꽤나 활성화 되어 있어서, 삼성페이도 잘 작동한다.
그래서 난 패기있게 구글 평점이 높은 식당에 입장했다. 점심 특선도 있어서 가격이 굉장히 저렴했다. Porco와 batata frita, 그리고 arroz까지 있는 점심 특선이 고작 5유로! (돼지고기, 감자튀김, 밥) 거기에 2유로를 더 주고 제로콜라까지 시켰다.
정말 맛있게 먹고, 나가려는데 위기 봉착…! 카드는 ‘포르투갈 카드’ 밖에 없으셨고, 나는 현금도 전혀 없었다. ATM에서 쓸 수 있는 현금도 전혀 없었던 상황… 근처 ATM에도 시도를 해봤지만, 삼성페이로 현금이 인출되는 고급 ATM은 포르투갈에 없었다.
그렇게 어떻게 할 바를 모르던 나는, 마토지뉴스 사장님이 ‘외상’을 해도 된다고 하셨다. 정말 고마울 따름이었다. 땀을 엄청 흘려서 꼬질꼬질한 동양인 소년을 무엇을 믿고 외상을 해주었을까? 난 설거지 해야 하는 줄 알았다 ㅋㅋㅋ
그날 밤, 7유로를 들고 마토지뉴스를 다시 찾았다. 내가 등장하는 굉장히 기뻐하며 놀라워 하시더라. 외상을 하고 다시는 찾아 오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그래서 고맙다고 2유로를 깎아주시는 것!! 나는 그럴 수 없다고 7유로를 모두 내고 돌아왔다.
정말 기쁘게 악수하며, 나에게 행운을 빌어주시며, ‘My Friend’라고 불러주신 사장님이 아직도 생생하다. 남들을 조건 없이 믿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