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드는 것이 제일 재밌다 - 아무도 쓰지 않더라도...
만드는 것이 제일 재밌다 - 아무도 쓰지 않더라도…
2022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쏟은 아이템은 다름 아닌 ‘키킼‘이라는 앱이었습니다. 2월 쯤부터 7월까지 거의 반년을 앱을 만들고 개선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쏟았습니다. 그리고…아무도 쓰지 않았습니다.
2022년을 떠나보내며,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아부은 키킼,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배운 점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왜 키킼을 만들었는가?
2022년 초에는 아픔이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스타트업에서 개발자이자 공동 창업자로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2021년 5명이던 팀은 2022년 3명까지 줄어들었습니다. 엔젤 투자금은 모두 떨어졌고 2022년부터 월급 한 푼 받지 못했습니다.
남은 것은 사람 얼굴과 관련한 AI 기술과 개발자 2명, 그리고 대표님 1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람 얼굴 영상과 AI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3달 넘게 고민했죠.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대표님은 돈이 되는 프로덕트를 출시하자고 했습니다. 앱스토어 매출 1위는 게임, 2위는 데이팅 앱입니다. 게임과 얼굴 AI 기술은 연결이 전혀 안되었고, 데이팅 분야로 시장을 정했습니다.
그렇게 나온 아이템이 ‘키킼’입니다. 아자르, 버뮤다와 같은 랜덤 영상 채팅 앱이 그저 성적이고 얼굴 쇼핑 목적으로 쓰이는 것에 문제를 느꼈던 저희는, 재미있는 AR 마스크를 쓰고 새로운 사람과 재밌게 떠드는 앱을 구상했습니다. 심지어 AI 기술로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 감정은 어떤지 파악하여 더 많이 웃을수록 포인트를 더 많이 주는 시스템도 있었습니다. 서로 보상을 얻기 위해 웃기려 할 것이고, 얼굴도 안 보이기에 음지화 되지 않는 앱을 꿈꾸었습니다.
무작정 만들기… 그리고 출시
기획은 완벽해 보였습니다. 아자르의 기존 고객들이 우르르 키킼으로 몰려 들어올 것 같았습니다. 앱스토어 상위권에 키킼이 랭크되는 상상을 하며 열심히 앱을 만들었습니다.
👆키킼을 만들던 때의 github 잔디
만드는 과정은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전 기능을 빨리 구현하기 바빴습니다. 영상 통화 서버를 연결하고, 프로필 등록, 회원가입, 포인트 제도, 캡처, AR 마스크 통합 등등등…
그리고 출시했습니다. 예정보다 늦어졌는데, 버그를 잡고 계속 기능을 추가하느라 그랬죠.
처음에는 놀랍게도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구글 광고를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돈을 낸 만큼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슬랙봇을 만들어서 사람들이 들어올 때마다 알림을 주도록 했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엄청 띄엄띄엄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러 개 있는 것들은 제가 직접 들어가서 사람들은 맞이하려고 쫓아 들어간 것입니다.
결국 운영진이 아닌 다른 사람들끼리 만나는 일은, 구글 광고를 태우는 것으로는 전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제가 사람들을 맞이해도, 3초 만에 나가버리는 일이 대다수였죠. 실제 고객과 의미 있는 대화를 한 것은 딱 한 번이었습니다. (그 때 감정이 벅차올라 거의 울었습니다. 근데 그것으로 끝이었죠)
포기하다
키킼을 살리기 위해서 여러 시도를 했습니다. 커뮤니티에 글도 쓰고, 유튜브 쇼츠에 영상도 올리고, 다른 화상 채팅 앱에서 사람들에게 홍보하고, 지인들에게 소개하고…
근데 솔직히 지치더라고요. 제 내적 동기는 영상 채팅 앱에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확실히 데스 밸리를 버텨낼 만큼은 없었습니다. 아니, 없는 것이 당연했죠. 저는 그냥 만드는 것이 재미있어서 만들었거든요. 만들면서, “만든 후에는 어떻게 할까?” 류의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제 생일(7월)에 대표님께 키킼을 그만하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배운 점
고객, 고객, 고객, 고객, 고객!
만드는 것이 재미있다면 그냥 만들어도 괜찮다. 그러나 아무도 (심지어 본인도) 그것을 쓰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각오해라.
정말 만들어야만 할 때 만들자. 시장 검증은 항상 더 싸고 더 빠르게.
사업에서 강력한 내적 동기는 중요하다. 아니면 다 만들어 놓고 다른 것을 만들려고 할 것이다.
첫 paid 고객을 만드는 일은 실제로 고통스럽고 너무 어렵다.
놀랍게도 내가 만든 그 제품이 싫어지기도 한다.
‘공동창업자’라면 사업을 먼저 생각하자. 본인이 개발자라 하더라도.